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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1> 창작과 생존의 줄타기
  • 관리자
  • 2025.10.01
  • 조회수  59

 

‘올해 여름이 당신이 경험하는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피터 칼무스(Peter Kalmus)의 말처럼 기후는 지구에 사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경기도예술지원정책은 예술인의 현재와 미래를 변화시킨다. 비단 예술인 뿐일까? 예술지원정책이 일으키는 나비효과는 예술인의 날개짓을 지나 경기도민의 문화적 삶에 도달한다.

"예술지원은 나에게는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우리 사회에는 깊이 있는 질문과 다양한 시선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공공의 투자’라 생각합니다"
– 황소정 시각작가
"예술지원은 지속가능한 예술창작이 도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는 싸이클을 구조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
– 김태현 연극·뮤지컬 배우

경기도(경기문화재단)의 예술지원정책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서로의 답을 나누기 위해 경기도 거주 예술인과 기초문화재단 실무자들이 모였다. 하필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에 들어왔음이 확실해진 폭우가 내리는 날이었다.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1> 창작과 생존의 줄타기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2> 예술 작업 생애주기로의 패러다임 전환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3> 인공지능 시대,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4> 예술과 정책 사이, 더 나은 연결을 찾아서

 

연구에서 질문으로 질문에서 논-의로 논의에서 정책으로

지방자치의 확대 속에서 경기도는 중앙의 보조금 틀을 넘어, 지역의 자원과 현실을 바탕으로 자립적인 예술지원 전략을 그려야 한다. 2025년 상반기, 경기문화재단은 현장의 목소리와 실제 데이터로 5~10년의 로드맵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질문하는 원탁>은 그 연구를 현장과 공유하며 “연구→질문→논의→정책”으로 이어지는 공통감 (commonsense)을 만들기 위한 공개 포럼이다.

 

질문하는 원탁 남부권 
7.8.(화) 14:00~18:00 경기상상캠퍼스 공간1986
1부 68명 / 2부 28명(예술인 18명, 재단 10명)

질문하는 원탁 북부권
7.15.(화) 14:00~18:00 의정부문화역 이음 모둠홀
1부 45명 / 2부 20명(예술인 10명, 재단 10명)

1부 113명 2부 48명 참여

 

 

예술인의 현재: 창작과 생존의 줄타기에서 찾는, 지속가능성의 가능성
“내가 언제까지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은 ‘예술가로서 어떠한 예술작업 기반이 있는지, 지역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였다. 모더레이터 황지원은 예술인의 목소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예술인들이 말하는 '지원'의 의미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존재의 지속'을 포괄한다. 하지만 현실의 지원 제도는 이와 거리가 있다. 예술 활동은 창작(으로서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질문, 리서치, 연구, 실험, 관계 맺기 등 다층적인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현실의 지원체계는 결과물에 대한 경쟁적 평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술(인) 지원 패러다임의 본질적인 전환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창작지원과 생계지원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연결과 돌봄 중심의 새로운 지원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 예술가, 예술기관, 정책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하고 도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예술인의 불안정한 창작-재정환경

대다수의 예술인은 창작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다양한 직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창작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어 예술활동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저는 ‘내가 예술가라고 말해도 되나?’ 고민을 늘 해요. 직업이라면 수익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저는 이걸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닌데, 예술가라고 불러도 되나.. 결국 생계는 ‘교육’에서 해결해요.” “저는 돈을 안 써요”
“저는 집에 있는 방 하나를 작업실로 써요. 그림 판매는 잘 되는 편인데, 그것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서 성인 대상 미술 수업을 해요.”
“저는 작업실이 꼭 필요한 타입이에요. 예전에 사무실을 하나 계약했었는데,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파기했어요. 그치만 작업실은 여전히 필요하죠.” “아르바이트를 하고 와서 녹초가 돼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려요. 일을 하고 와서는. 창작의 뇌가 안 돌아가요. 그림 그릴 수 있는 환경까지 제공해 주는 게 지원사업 아닌가 싶어요.”
#시간이 유동적인 여러 직업 병행 #대출 #교육콘텐츠 제작 #음악 스타트업 운영 #상업갤러리와 대안공간 근무 #사진으로 돈벌기 #화랑 운영 #강의 #자서전 집필 #시민단체 #미술학원 #카페 운영 #생계는 배우자가 #공공기관 취직 #배달 #물류센터

 


예술지원제도의 딜레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에게 예술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제가 여기 나온 이유는 경기문화재단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등단 이후 몇 년에 한 번씩 우수 창작 지원금과 더불어 책 발간해 주신 적이 있어요. 엄청난 힘이 되는 거예요.” 

“지원사업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원사업이 저의 정체성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서류를 쓰려면 나에 대한 탐구가 엄청나야 해요. 나의 작업을 가지고 있어야 그걸 글로 표현할 수도 있는 거고 ‘이거 하고 싶습니다’라고 얘기 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은 현행 지원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로 행정적인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한 '형식적인 작업'이 예술인 고유의 창작성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의 언어는 ‘의미있는 개선방향’으로 향한다.

 

“저는 창작자로서는 잘 맞는데 지원서 작성은 너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서. 주로 물류센터 나가거나 배달 알바합니다. 종종 학교 수업을 나가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점점 ‘방구석 예술인’이 되었어요. 저를 아는 사람은 없고 아무 일도 안 생기고 그래서 오늘 여기 나온 것도 큰 용기를 갖고 어떻게든 탈출해 볼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움직이게 된 청년 예술가입니다.” 

 

 

예술지원사업에 지원했던 기관

예술지원사업 지원 기관

 

 

 

“예술단체를 창업했던 초창기에는 지원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거의 80%에 달했어요. 지금은 40% 정도 차지하고, 나머지는 공연 의뢰나 티켓 수익 같은 방식으로 수입이 발생하고 있어요.” 

“의정부문화재단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삽니다1)’라는 사업에 참여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나’를 처음으로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의미 있었던 경험이었어요. ‘문화예술 기획학교’라는 프로그램은 제 기획 인생의 첫 단추를 꿰었던 정말 중요한 시작이었어요. 저는 예술 전공을 하긴 했지만 ‘기획’이라는 건 몰랐거든요.” 

1) 경기북부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활동가, 커뮤니티 및 공간기획에 관심있는 예술가, 디자이너, 예술교육인, 작가, 에디터, 기술자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 및 문화예술단체를 대상으로 100개 내외의 포트폴리오를 모집한 사업으로 문화활동가, 지역예술가들의 정보 및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기 위하여 2022년 진행됨(문화도시의정부 공식 블로그)

 

“정기 공연 같은 걸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정기 공연은 관객 반응이 조금 미약하더라도, 예술가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거든요. 그걸 계기로 역량 강화도 되고, 예술가로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참 좋겠어요.”

“저는 레지던시가 진짜 제일 좋은 지원사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레지던시 지원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늘고 선정되는 퍼센트가 점점 줄고 있어요.”

“23년도에 클라우드 펀딩을 시도했었는데 그게 너무 까다롭더라고요 선정되기도 힘들고요.”

“재작년 예술인 간담회를 했었을 때 청년 예술인 대상으로 했었는데 결국 통일적으로 나온 거는 네트워킹이었어요. 라운드테이블도 좋은데 이제 네트워킹이 됐으면 좋겠어요.”

“본업 생업 따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취미로 미술하는 사람이랑 우리가 뭐가 다르냐는 생각도 들죠. 앞으로 알아서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는 구조도 나와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예술인들의 더 나은 창작환경에 대한 고민은 자립, 생태계 구축, 네트워크, 공간, 비평, 마케팅, 홍보, 역량 강화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방향에 ‘예술지원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허들이 놓여 있다.

 

연구발제 및 Q&A를 진행하는 연구진과 경기문화재단

라운드테이블 토론내용을 공유하는 모더레이터

 

- <2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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