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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3> 인공지능 시대,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
  • 관리자
  • 2025.10.01
  • 조회수  31

 

‘올해 여름이 당신이 경험하는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피터 칼무스(Peter Kalmus)의 말처럼 기후는 지구에 사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경기도예술지원정책은 예술인의 현재와 미래를 변화시킨다. 비단 예술인 뿐일까? 예술지원정책이 일으키는 나비효과는 예술인의 날개짓을 지나 경기도민의 문화적 삶에 도달한다.

"예술지원은 나에게는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우리 사회에는 깊이 있는 질문과 다양한 시선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공공의 투자’라 생각합니다"
– 황소정 시각작가
"예술지원은 지속가능한 예술창작이 도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는 싸이클을 구조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
– 김태현 연극·뮤지컬 배우

경기도(경기문화재단)의 예술지원정책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서로의 답을 나누기 위해 경기도 거주 예술인과 기초문화재단 실무자들이 모였다. 하필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에 들어왔음이 확실해진 폭우가 내리는 날이었다.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1> 창작과 생존의 줄타기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2> 예술 작업 생애주기로의 패러다임 전환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3> 인공지능 시대,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4> 예술과 정책 사이, 더 나은 연결을 찾아서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 인공지능시대, 예술인의 창작환경 변화
“새로운 시대에는 인공지능을 창작의 도구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예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포럼에서는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생성형 AI 등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어떠한 시도와 노력이 있었는지, 지원사업의 선정단계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기획안을 쓰는 분위기에 대해서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지 등 질문에 예술인들은 긍정과 부정의 딜레마 속에서 예술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예술계가 시대 흐름에 따라 사회적 합의 와 제도 개편에 대한 답을 내놓을 때라고 강조했다.

 


많은 예술인들이 인공지능을 활용 중

“사회복지 쪽에서 디지털 전문 강사 교육을 수료했거든요. 배워 보니까, 사회복지보다 예술 쪽이 훨씬 더 자유롭고 활용 가능성도 크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술 전공을 살려서 다른 길로 가보면 사회문제에 자주 부딪히잖아요. 그럴 때 AI가 사람보다 훨씬 다양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줘서 정말 유용해요.”

“제 그림의 주제가 ‘인간’이다 보니까 AI를 많이 활용해요. 예전에는 ‘초상권’이라는 개념이 강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AI에게 어떤 포즈나 얼굴 표정 같은 걸 요청하면, 원하는 이미지를 바로 제공해 주니까…”

“저는 보조적인 수단으로는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해요. 전제가 있어야죠. AI가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가 ‘훔친 것’이 아니어야 해요..”

“AI를 ‘창작자 대신’ 쓰는 건 조심스럽고 반대지만, ‘창작자를 돕는 도구’로 쓴다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기술은 대단하다, 싶긴 했지만 동시에 확실히 느낀 건, 인간이 만든 ‘물성’은 AI가 따라올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AI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사람이 만든 그 고유한 질감이나 감성, 손맛 같은 건 절대 흉내 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산업 디자인이나 상업 일러스트 같은 분야에서는 영향이 크겠지만, 순수미술이나 회화처럼 물성과 감각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더 차별화되면서 예술가들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저는 교육 연극 수업을 하고 있는데, 수업을 구성하려면 이미지, 설문지, 배경음악 같은 것들이 다 필요하거든요. 연극이라는 게 워낙 종합예술이다 보니까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제가 혼자서 그 모든 걸 다 준비하는 건 솔직히 무리고, 또 한계가 분명하죠. 근데 이런 AI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부터는 가능성이 좀 더 넓어졌어요.” 

 


예술과 인공지능의 공존, 가능성과 우려

“예술 생태계가 모든 기술을 다 받아들인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당연히 어떤 폐쇄 회로 속에서의 예술도 있죠. 몇천 년 동안 늘 그러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기술을 따라가는 사람과 기술을 수용하는 사람과 거부하는 그 집단이 저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야 생태계가 더 건강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젊은 기획자분들은 이미 많이 활용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일종의 딜레마도 있는 것 같고요. AI를 잘 활용하는 예술가가 훌륭한 예술가로 여겨지는 시대가 되는 건가? 이런 부분이 좀 우려되기도 합니다.”

“젊은 창작자들은 앞으로 AI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고, 반면 원로 예술인이나 기존 예술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계속 이어갈 거잖아요. 그렇다면 심사 기준도 그에 맞게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AI를 활용하지 않는 예술가들이 점점 심사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예술가들은 창작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돌리는 법’을 배우는 데 집중하게 될 수도 있어요.” 

“앞으로는 분명히 AI 예술이라는 분야가 하나의 영역으로 따로 생길 거라고 봐요. 예전에도 팝아트라는 게 처음 나왔을 땐 다들 인정 안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하나의 장르가 됐잖아요?”

“저는 추상 예술이고 즉흥 예술이기 때문에 오히려 AI 시대가 더 보편적으로 도래하면 저 같은 예술인이 좀 더 각광받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거든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즉흥성 이런 것들이 아직 AI로는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고요. AI가 아무리 더 발전돼도 절대적으로 범접하지 말아야 될 곳이 예술계라고 생각합니다.”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예전에 산업혁명 때 기계가 인간 일자리를 빼앗자 분노한 노동자들이 공장 기계를 부쉈던 것처럼요. 예술가의 영역을 대체 가능한 어떤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결과물이 싸고 말 없고 빨리 나오니까 그걸 선호하는 거잖아요. 예술가는 손 많이 가고 섬세하게 다뤄야 하니까 불편하다는 식이고요. 그러다 보니 AI로 다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근데 AI라는 게 결국 데이터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그 데이터가 다 어디서 왔겠어요. 기업들은 '우리는 허락받은 리소스만 쓴다'고 하는데, 결국은 인터넷에서 마구잡이로 긁어모은 데이터로 여기까지 온 거라고 보거든요. 그게 저는 결국 ‘훔친 거’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이 힘들게 만든 결과물들을 그냥 클릭 한 번으로 재생산 가능한 무언가로 만들어버린 거죠. 예술을 너무 쉽게, 소모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AI를 ‘좋은 비서’처럼 쓰면 괜찮거든요.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정부나 지자체, 혹은 대기업들이 자신들만의 AI 모델을 만들어서, 이걸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쓴다는 거예요. 사람이 AI를 ‘이용’하면 좋은 거지만, 사람이 AI로 ‘대체’되면 그건 정말 큰 문제거든요. 그런 방식은 ‘개성’을 위협하는 거고, 예술가 개인이 오랜 시간 노동으로 쌓아온 것을 무시하는 행위예요. 예술가도 ‘노동자’거든요. 그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거죠. 결국 이건 자본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식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사람이 AI를 ‘도구’로 쓰는 건 찬성이에요. 하지만 사람을 대체하는 방식, 그건 확실히 문제라고 봅니다.” 

 

 

제도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필요성 제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저작권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작가들은 많은데, 살아온 환경이나 배경지식 이런 걸로 작품 차이가 나는 거잖아요. 그걸 AI에게 맡겨버리듯이 해버리면 작가들 대부분 만드는 게 비슷해질 거고 그런 부분에서 서로 저작권 관련 문제가 많이 생길 거라고 봐요.”

“상용화된 인공지능 툴은 많은데 법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지원사업 같이 공정성이 매우 중요한 사업에 작가 스테이트먼트 같은 경우가 문제가 될 것 같아요.”

“모든 예술 관련 기관에서 기준점을 못 잡고 있는데 그거를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거죠. 최근에 미아자키 하야오가 본인의 그림체를 AI가 학습한 것에 대해서 지적했듯이 AI 회사들은 무분별해요. 윤리나 그간 우리 인류가 쌓아온 문화에 대한 존중 이런 거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존중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문화 관련 기관들과 예술인들이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왜 브레이크를 안 걸고 있을까가 저는 의문인 지점입니다.”

 

-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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