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커뮤니티
예술집담(webzine)
‘올해 여름이 당신이 경험하는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피터 칼무스(Peter Kalmus)의 말처럼 기후는 지구에 사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경기도예술지원정책은 예술인의 현재와 미래를 변화시킨다. 비단 예술인 뿐일까? 예술지원정책이 일으키는 나비효과는 예술인의 날개짓을 지나 경기도민의 문화적 삶에 도달한다. "예술지원은 나에게는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우리 사회에는 깊이 있는 질문과 다양한 시선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공공의 투자’라 생각합니다" 경기도(경기문화재단)의 예술지원정책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서로의 답을 나누기 위해 경기도 거주 예술인과 기초문화재단 실무자들이 모였다. 하필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에 들어왔음이 확실해진 폭우가 내리는 날이었다.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1> 창작과 생존의 줄타기 |
예술지원의 패러다임 전환: 예술인 생애주기에서 예술작업의 생애 주기로
“예술이라는 게 나이를 따지지 않잖아요”
지금의 예술지원제도는 예술인 생애주기별(청년-중장년-원로), 예술작업 경로에 관련된 예술지원정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년이지만 새롭게 예술활동에 진입하고 싶은 사람들이 청년 지원사업에는 포함되지 못하는 점, 지원정책에 익숙한 예술인만 반복해서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점 등 다양한 고민이 있는데, 예술지원 정책이 어떠한 방식으로 설계되면 좋을까? 모더레이터 이연우는 라운드테이블의 이야기를 이렇게 모았다.
"지원사업 구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생애주기’가 아닌 ‘작업주기’를 기반으로 한 설계에 공감했으나, 기존의 생애주기별 사업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시되었습니다. 예술의 본질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뒤늦게 예술활동을 시작하거나 다시 복귀하고자 하는 예술인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점진적으로 ‘작업주기 기반의 지원’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방향이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5개 그룹이 운영된 예술인 라운드테이블 |
예술인의 생애주기와 예술작업의 생애주기
'생애주기'와 '작업주기'에 대한 논의는 예술인들의 경력이 선형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이는 효과적인 예술지원정책이 단순한 인구 통계학적 분류를 넘어, 예술가들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창작 경로와 실제적인 작업 단계를 이해하고 이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함을 시사한다.
“‘예술 작업 생애주기’ 시도는 이해가 가요. 그런데 그 기준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는 현실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예술인 등록 여부도 다르고, 1년에 한 번 작업하는 사람도 있고, 열 번 이상 하는 사람도 있는데. 공모 사업의 목적은 창작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키워주는 데 있어야 한다고 봐요.”
“‘과정’인 것 같아요. 아이디어..제작, 창작… 예술 작업의 흐름 자체에 따라 정책 자금이 나눠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이’가 아니라 ‘작업 단계’로. 내가 지금 어떤 단계에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사실 그걸 스스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긴 해요. 크게 보면, 홍보, 제작비, 공간지원—이 세 가지가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실 동료는 지원사업을 전혀 하지 않아요. 반면 저는 매년 한두 개씩 지원사업을 넣어요. 그 친구는 회화 작가로서 기금 사업이 본인 경력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대신 좋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하고요. 하지만 경력별로 구분해 보면, 그 시기에 맞는 수요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지원사업을 배우고 활용하려는 수요가 큰 반면, 30대 중반이 되면 고민이 달라집니다. 정책에만 기대기보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지원이 필요했다면, 요즘에는 무엇이 필요할까?라고 생각했을 때 저는 ‘관계’, ‘네트워크’라고 생각했어요.”
“포럼 내용을 반영만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해요. 기초문화재단에서 실험적인 걸 하고 광역으로 올라가면 선발된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방향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공모 사업 + 알짜 교육 + 네트워크 사업이 세트로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지역 내 네트워킹 기회, 마케팅 관련 실전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요즘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는 예술가들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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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지원 패러다임 전환의 전제 –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 증대
유연한 정책 대응을 위해서는 예산 확충과 제도의 구조적 개편이 필수적인데, 경기도 문화예산이 걱정으로 떠올랐다. 예술지원의 패러다임 전환은 꼭 필요한데,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2위예요. 그런데 문화예술 예산 비율은 전국 최하위입니다. 문화예술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서, 지금 우리가 이 정책을 이렇게 바꿔야 하냐 저렇게 바꿔야 하냐 토론하는 게 과연 본질적인 논의인가 싶습니다.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그 안에서 다양한 지원 정책도 의미 있게 작동하는 거죠.”
“지원 패러다임에서 또 넘어서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예술 지원이라는 틀에 갇히니까 온갖 문제들이 발생을 하거든요. 지원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예술가와 공공기관이 협력하고 협업한다 라는 그런 기조가 만들어져야 해요”
“아트앤테크 공모 사업 볼 때마다 이 테크는 대체 누구와 할 수 있는 것인가? 저도 융복합 사업하고 싶은데 네트워크가 없어요”
예술을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예술인의 목소리
예술인은 “내가 뭘 하고 싶다”는 의도만으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시작하는 단계에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전한다. 기초문화재단의 실무자들도 같은 의견이다.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내가 뭘 하고 싶다"는 의도만으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생긴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서 어떻게 발전해 나가느냐는 결국 그 사람의 몫이지만, 그 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잖아요.”
“지금 예술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 알려주고 도와주는 시스템부터 있으면 좋겠다’예요.”
“신진 예술가들은 맨날 자기한테만 고립이 되어 있잖아요. 그거를 가장 먼저 깨뜨리는 건 서로 네트워킹 시키면서 무슨 얘기하고 있는지를 같이 얘기를 나누게 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아르코에서 에이프(APE) 캠프1) 했을 때 거기에 기획하는 사람, 예술하는 사람, 무용하는 사람, 연극하는 사람 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 되게 빠른 속도로 팀이 만들어지고 되게 빠른 속도로 공통 분모를 찾아서 힙한 아이템을 추구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사실은 어떻게 보면은 이제 막 예술계에 진입하는 신진 예술가들한테 가장 중요한 어떤 모멘텀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무조건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정 문턱을 낮추고, 정산 없는 방식으로 리서치나 탐구 활동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초기 작업이나 첫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재단)
1) 청년예술가X기술전문가 100인의 융복합 베이스캠프. 2022년 처음으로 도입된 에이프캠프(APE CAMP)는 Artist, Producer, Engineer가 모여 융합적 DNA를 가진 유인원(APE)을 찾아가는 여정을 의미하며, 융복합 창작의 가장 큰 뼈대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을 매개하는 기반인 예술-기술 교차 영역의 협업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됨(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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